작년 겨울부터 하수구가 조금씩 역류하기 시작했다. 물을 쓰면 부엌이나 세탁기 쪽으로 물이 올라왔다가 천천히 내려가는 증상이었다.
하수구 청소 업체를 부르기 전에, 약품을 사서 흘려보기도 하고 수동 배관청소 기계도 써봤다. 약품은 효과가 없었고 수동 기계는 하수관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섣불리 시도하기가 어려웠다.
초가을쯤 되자 증상이 심해져 결국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하수구 청소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하나는 전통적인 스프링 방식, 다른 하나는 요즘 많이 쓰이는 고압세척 방식이다. 전국 평균 시세는 스프링 15만 원, 고압세척 30만 원 정도였다.
◆ 첫 번째 업체: “고압세척 60만 원이요”
전국 체인형 업체라 믿음이 갔지만, 방문한 기술자는 지역 협력업체였다.
스프링 방식은 말도 꺼내지 않고 고압세척 60만 원을 부른다. 스프링은 어떻냐고 물으니 40만 원이라고 한다. 미리 알아본 시세와 차이가 너무 컸다.
◆ 두 번째 업체: “고압만 합니다. 80만 원이에요”
이번엔 장비와 시공 사례를 적극 홍보하던 업체였다.
하지만 전화로 문의하니 스프링은 아예 다루지 않고 고압세척만 한다며 80만 원을 불렀다. 내가 망설이자 “저렴한 곳”을 소개해 준다며 다른 업체를 연결해 주었는데, 그쪽도 역시 고압세척 50만 원이었다.
통화 중에 들은 말로는 하수구청소협회가 있고, 거기서 가격을 정한다는 듯했다. 업계 현실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예상보다 가격 차이가 커서 고민이 되었다.
◆ 세 번째 업체: “스프링 방식 15만 원입니다”
마지막 기대를 안고 연락해 본 곳은 제이에이치설비였다.
전화로 응대하신 사장님의 목소리가 담백했고, 스프링 방식은 15만 원이며,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될 수 있다고 솔직히 말씀해 주셨다.
이제야 뭔가 정상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현장 상황을 본 후 고압세척이 불가피하다면 이번엔 어쩔 수 없겠다는 각오로 진행을 결정했다.
한두 시간 뒤 도착한 사장님은 말수가 적고 손이 빨랐다. 숙련된 솜씨로 작업을 하더니 잠시 후 하수구가 시원하게 뚫렸다. 40년 된 집인데 물이 이렇게 잘 내려간다면 앞으로 40년도 문제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작업이 끝나자 사장님은 온수를 싱크대 수조에 가득 채워 몇 차례 흘려보며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확인했다.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을 한꺼번에 다량으로 흘려보내면 재발을 늦출 수 있다”며 관리법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셨다.
우리 집은 생각보다 하수관 길이가 길고 복잡했다. '20만 원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셔서 흔쾌히 20만 원을 결제해 드렸다.
비용도 합리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시공 후 물이 시원하게 빠지는 걸 보니 그동안 노심초사 했던 게 한 번에 해소된 기분이었다.
◆ 마치며
고압세척이 더 강력하고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무조건 고압세척만 권하는 분위기는 아쉽다.
이번엔 스프링 방식을 고집하길 잘했다. 가정집 정도라면 스프링 방식을 먼저 시도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고압세척을 고려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미리 시공 방식과 견적을 조사해 둔 것도 후회 없는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우리 집 하수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하수구의 길이가 생각보다 길고 복잡하며 하수구가 일단 막히면 물이 아주 조금씩 빠지기 때문에 하수관 내에는 늘 다량의 물이 고여있는 상태라는 점이다.
스프링이 15미터 이상 들어갔으니 하수관 전체 길이는 그보다 더 길 것을 생각하면 하수구가 막힌 상황에선 평소에 대략 100리터의 물은 고여 있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그래서 약품 조금 넣는 것으론 해결이 안 되었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막히는 기미가 보이면 상황이 빨리 악화될 수 있으니 미루지 말고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히다.
지금은 두 달 정도 되었고, 조언대로 주기적으로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며 관리 중이다. 설겆이 전에 기름기는 미리 휴지로 닦아내고, 머리카락이 하수구로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 참고 및 안내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업체와 금전적 이해관계는 없습니다. 견적 정보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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